
한 해의 끝자락, 가장 길고 깊은 밤을 담은 날, 동지(冬至).
예로부터 "작은 설", "아세(亞歲)"로 불리며 새해의 시작으로 여겨졌던 동지는 단순한 절기를 넘어 수많은 전통과 문화가 담긴 중요한 날입니다.
이 글에서는 동지의 뜻, 유래, 절기적 의미부터 우리 조상들이 지켜온 풍습과 속신, 절식 문화, 금기 사항까지 총정리해드립니다.
🌕 동지란 무엇인가요?
동지(冬至)는 24절기 중 22번째 절기로, 태양의 황경이 270도에 도달하는 시점입니다.
양력 기준으로는 12월 21일~23일경에 해당하며, 이 날은 1년 중 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날입니다.
이후부터는 낮이 점차 길어지므로 ‘새로운 양기(陽氣)가 시작되는 날’, 즉 새해가 열리는 첫 기운의 날로 여겨졌습니다.
📚 동지의 다양한 이름
우리 조상들은 동지를 단순히 날짜로 보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이름으로 부르며 자연 변화와 철학적 의미를 담았습니다.
- 동짓달(冬至月): 음력 11월
- 지월(至月): '극에 달한 달'이라는 뜻
- 자월(子月): 12간지의 첫째인 ‘자’가 해당하는 달
- 양복(陽復): 양의 기운이 다시 살아남
- 작은 설(亞歲): 새해를 맞이하는 작은 명절
📅 절기와 행사
🔸 대설 (12월 7~8일경)
눈이 많이 내리기 시작하는 절기로, 동지 직전의 절기입니다.
🔸 동지 (12월 21~23일경)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이 가장 긴 시기입니다. 이 날을 기점으로 봄기운이 움트기 시작한다는 믿음이 있었고, 양기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상징적인 날로 여겨졌습니다.
🎎 조선시대 동지 풍속
조선시대에는 동지를 명절로 여기며 다양한 궁중과 민간 행사를 치렀습니다.
- 관상감에서 달력을 만들어 임금께 진상
→ 임금은 관원들에게 황장력, 백장력을 차등 지급 - 버선을 시부모께 바치는 동지헌말 풍속
→ 특히 새댁들이 동지에 시댁 어른께 버선을 선물 - 전약(煎藥) 진상
→ 육계, 산초, 당밀을 고아 만든 보양약으로 악귀를 쫓고 몸을 따뜻하게 함 - 귤·청어 진상
→ 제주에서는 귤, 경남·서해안에서는 청어를 종묘에 올림
🍲 동지의 대표 음식, 팥죽
📌 왜 팥죽을 먹나요?
동지에 팥죽을 먹는 풍속은 삼국시대부터 이어져 내려온 전통입니다.
이는 팥의 붉은색이 나쁜 기운과 액운을 쫓는다는 벽사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고대 전설에 따르면, 역귀(疫鬼)가 동짓날 죽은 사람의 혼령에서 비롯되었으며, 팥을 두려워한다고 하여 팥죽으로 귀신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동지 팥죽을 먹으며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풍속도 여기서 유래합니다.
🍡 새알심이란?
팥죽 안에 들어간 동그란 찹쌀떡을 새알, 새알심, 옹심이 등으로 부르며, 이는 각 지방마다 이름이 다양합니다.
- 나이 수만큼 새알심을 넣어 먹는다는 풍속이 있어, 아이들은 새알을 몇 개나 먹는지로 나이를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 팥죽을 먹지 않는 경우
일부 지역에서는 다음과 같은 경우 팥죽을 쑤지 않거나 대체 음식을 준비했습니다:
- 병동지(丙冬至): ‘병’이 병(病)과 같아 질병을 우려하여 피함
- 애동지: 아이에게 액이 든다고 하여 팥시루떡으로 대체
- 탈상 중인 집: 고인의 혼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팥죽 대신 녹두죽을 올리기도 함
🧧 동지에 얽힌 속신과 풍속
💬 대표적인 속신
- 팥죽을 먹으면 감기 안 걸리고 여름에도 더위 안 탄다
- 팥죽을 세 집에서 얻어먹으면 장수한다
- 새알심을 많이 먹을수록 출세한다
- 팥과 솔잎을 집 구석구석에 뿌리며 “잡귀야 나가라”를 외쳐 액막이
🧙♂️ 재미있는 점복 풍속
동짓달엔 다양한 점을 치며 새해 운세를 점쳤습니다.
- 팥죽점: 팥죽 표면에 금이 있으면 가뭄, 물기가 많으면 풍년
- 옹심이점: 옹심이를 구워 딸이면 쪼개짐, 아들이면 길쭉하게 부풀어 오름
- 고드름 금기: 아이들이 고드름을 끊으면 곡식이 잘 되지 않는다고 함
- 닭 울음: 열 번 이상 울면 풍년, 적게 울면 흉년
- 날짐승점: 매나 솔개가 높이 뜨면 좋은 기운
🚫 동짓날의 금기
- 부부간의 방사 금지: 잡귀가 시기하여 재앙이 온다고 믿음
- 바가지 머리에 쓰기 금지: 흉년이 든다는 속설
- 고드름 자르기 금지: 수확물이 끊어진다는 상징적 의미
🍜 동짓달의 음식문화 (절식)
- 냉면: 메밀국수에 무김치, 돼지고기 등을 넣어 먹는 겨울 음식
- 골동면: 여러 고명과 육수를 곁들인 국수
- 동치미·장김치: 김장 후 동치미와 진한 장김치를 함께 먹음
🧑🌾 농촌 풍속과 잡사
- 동짓날을 기점으로 머슴살이 계약이 종료됨
- "팥죽 아홉 그릇 먹고 나무 아홉 짐 해라"는 속담은 부지런함을 권장하는 의미
- 일부 지역에서는 논밭둑을 불태워 충해 예방을 기원하기도 함
동지는 단순한 절기가 아니다
동지는 단순히 해가 짧아지는 날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에게는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의 기운을 맞이하는 신성한 날이었습니다. 팥죽 한 그릇에 담긴 벽사와 나이 먹기의 의미, 다양한 풍습과 점복, 금기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와 삶의 자세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올해 동지에는 가족들과 팥죽 한 그릇 나누며 따뜻한 하루를 보내보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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