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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

[24절기] 겨울 절기 │⑤ 입동, 소설, 대설, 동지, 소한, 대한 이야기, 양력 날짜

by 호기심 스마일 2024.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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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찾아오면 우리가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건 차가운 바람과 함께 설레는 첫눈일 거예요. 하지만 겨울은 단지 추위만을 의미하지 않아요. 우리의 전통 속에서는 ‘24 절기’라는 계절의 흐름을 통해 겨울을 맞이하는 준비를 하고, 그 속에 담긴 자연의 변화를 섬세하게 관찰했죠. 오늘은 그중에서도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입동부터 겨울의 끝을 의미하는 대한까지, 겨울 절기 6가지를 하나씩 살펴볼 거예요. 각 절기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그리고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함께 알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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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절기 중 겨울의 절기

 

입동 (立冬) – 양력 11월 7일경

입동은 겨울이 시작된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한자 ‘입(立)’은 ‘시작하다’, ‘동(冬)’은 ‘겨울’을 의미하죠.

 

중국에서는 입동을 5일씩 나눠 세 가지로 구분했는데, 첫 번째 5일 동안은 물이 얼기 시작하고, 두 번째 5일 동안은 땅이 얼어붙고, 마지막 5일 동안은 꿩이 드물어지며 조개가 잡힌다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입동을 명절처럼 생각하지는 않지만, 겨울로 접어드는 날로 여기며 겨울 준비를 시작했어요.

 

입동이 오면 동물들이 동면에 들어가고, 나뭇잎이 모두 떨어져 가을이 끝나가는 것을 느끼게 돼요. 『회남자』라는 책에 따르면, 추분이 지나고 46일이 지나면 입동이 되며, 이때 초목이 모두 시든다고 해요. 낙엽이 지는 것은 나무가 겨울 동안 영양분을 아끼기 위한 자연의 현상이랍니다.

 

이 시기에는 김장철이 시작되는데, 보통 입동 전후 5일 이내에 담근 김장이 가장 맛있다고 해요. 하지만 요즘은 지구 온난화 때문에 김장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죠. 농가에서는 추위를 대비해 무를 땅에 묻어 저장하거나, 들판에 있던 볏짚을 모아 소의 먹이로 사용할 준비를 해요. 옛날에는 겨울철 소에게 먹일 풀이 부족해 볏짚을 소죽으로 쑤어 먹였다고 해요.

 

입동 즈음에는 농가에서 고사를 지내는 풍습도 있었어요. 보통 음력 10월 중에 날을 받아, 햇곡식으로 시루떡을 하고 곳간이나 외양간에서 고사를 지내며 풍년을 기원했죠. 고사를 지내고 나면 소에게 고사 음식을 나눠주고, 이웃들과도 나눠 먹었답니다.

 

입동과 관련된 재미난 풍습으로는 '치계미'가 있어요. 여러 지역의 향약에 따르면, 입동이나 동지 같은 날에 마을에서 노인들을 모시고 양로 잔치를 벌이는 풍습이 있었어요. 치계미는 마치 노인들을 사또처럼 대접하는 느낌으로, 음식을 준비해 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열었죠. 형편이 안 되는 사람들은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아 추어탕을 끓여 대접하기도 했는데, 이를 ‘도랑탕 잔치’라고 불렀어요. 겨울잠을 준비하는 미꾸라지를 잡아 만든 이 추어탕은 따뜻한 보양식으로 사랑받았답니다.

 

입동에는 농사와 관련된 점을 치는 풍습도 있었어요. 충청도 지역에서는 “입동 전 가위보리”라는 말이 있는데, 보리 잎이 가위처럼 두 갈래로 갈라져 있으면 그해 보리 농사가 잘될 거라고 믿었죠. 경남 지역에서는 입동에 갈까마귀가 날아오면 그해 목화 농사가 잘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또한, 입동의 날씨를 보고 그해 겨울을 점치기도 했어요. 제주도에서는 입동날 날씨가 따뜻하지 않으면 겨울에 바람이 많이 불 것이라고 했고, 전남 지역에서는 입동 때 날씨를 보며 겨울 추위를 예측했어요. 입동에 추우면 그해 겨울이 더 춥다고 믿는 속신이 전국적으로 전해 내려왔답니다.

 

소설 (小雪) – 양력 11월 22일경

소설은 ‘작은 눈’이라는 의미로, 이때는 눈이 조금 내린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한자 ‘소(小)’는 ‘작다’, ‘설(雪)’은 ‘눈’을 의미해요.

 

이때부터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지만, 아직 겨울의 한가운데는 아니기 때문에 따뜻한 햇살이 비칠 때도 있어요. 그래서 ‘소춘(小春)’이라 불리기도 하죠. 기온은 평균 5도 이하로 내려가며, 첫 추위가 찾아오는 시기랍니다.

 

소설 즈음에는 겨울을 준비하는 여러 가지 일이 진행돼요. 시래기를 엮어 말리고, 무말랭이를 준비하거나 김장을 하며, 겨울 내내 소에게 먹일 볏짚을 모으기도 해요.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소설 이후로는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기 때문에 월동 준비를 서둘러야 하죠. 또한, "소설 추위는 빚을 내서라도 한다"는 속담도 있는데, 이 시기에 추워야 보리 농사가 잘된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특히, 이 시기에 부는 강한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해요. 이것은 손돌이라는 뱃사공의 전설에서 유래했어요. 손돌(孫乭)은 왕을 안전하게 모시기 위해 강물의 빠른 물살을 택했지만, 왕의 의심을 사 참수당하고 말았죠. 그가 죽은 후에도 바가지를 물에 띄워 안전한 뱃길을 찾아 무사히 도착했고, 그제야 왕은 손돌의 충성심을 깨달았다고 해요. 이 전설 때문에 소설 무렵에 부는 차가운 바람을 ‘손돌바람’이라고 부르게 되었답니다.

 

대설 (大雪) – 양력 12월 7일경

대설(大雪)은 '큰 눈'이라는 뜻으로, 24 절기 중 눈이 가장 많이 내린다고 알려진 절기입니다.

한자 ‘대(大)’는 ‘크다’, ‘설(雪)’은 ‘눈’을 의미하죠

 

대설은 양력으로 12월 7일 또는 8일경, 태양이 황경 255도에 도달할 때 맞이하는 시기예요. 우리나라에서는 이 시기를 겨울로 여겨 입동, 소설과 더불어 한겨울로 접어드는 중요한 절기로 보고 있습니다.

 

대설이 있는 음력 11월은 농사일이 끝난 후의 농한기로, 농부들에게는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시간입니다. 이 시기에는 호랑이가 교미를 하고, 산새들이 울지 않으며, 지렁이가 땅속에 숨어 겨울잠을 자는 등 자연의 변화가 일어나요. 한편, 눈이 많이 내리면 그해 보리농사가 잘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 “눈은 보리의 이불”이라는 속담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눈이 보리를 덮으면 추위로부터 보리를 보호해 동해(凍害)를 줄여주기 때문에, 눈이 많이 내리면 오히려 보리 풍년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죠.

 

옛 중국에서는 대설부터 동지까지의 기간을 다시 5일씩 나눠 자연의 변화를 관찰했어요. 초후에는 산박쥐가 울지 않고, 중후에는 호랑이가 짝짓기를 하며, 말 후에는 염교(옛날 부추의 일종)가 싹을 틔운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대설은 겨울철 자연 현상을 반영한 중요한 절기로, 사람들은 이 시기에 겨울을 대비한 준비를 서두르며, 곡식이 가득 찬 곳간 덕분에 한동안 끼니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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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긴 동지

동지 (冬至) – 양력 12월 22일경

동지(冬至)는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시기로, 태양이 적도 이남 23.5도의 동지선에 위치할 때를 가리킵니다.

동지(冬至)는 '겨울(冬)'과 '이를(至)'이라는 한자를 합친 말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절기를 뜻해요. 태양이 남회귀선에 도달해,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시점이에요. 동지는 양력으로 12월 22일이나 23일경에 오고, 음력 날짜에 따라 애동지(초순), 중동지(중순), 노동지(그믐)로 나뉘기도 해요.

 

옛날 우리 조상들은 동지를 '작은 설' 또는 '아세(亞歲)'라 부르며 설 다음으로 중요한 명절로 여겼어요. 동지에는 "동지를 지나야 한 살 더 먹는다" 또는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한 살 더 먹는다"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나이와도 연결되는 중요한 시기였답니다. 그래서 동짓날에는 팥죽을 먹으며 액운을 물리치고 건강을 기원하는 풍습이 이어져 왔어요. 팥죽의 붉은색이 나쁜 기운을 막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에요.

 

중국에서도 동지를 큰 명절로 여겼어요. 주나라 시절부터 동지를 새해의 시작으로 삼았고, 당나라에서는 동지를 역법의 시작으로 여길 만큼 중요한 날이었죠. 우리나라에서도 신라와 고려 시대까지 동지를 설처럼 지냈다고 해요.

 

동지는 겨울의 한가운데서 새해를 준비하는 시기이면서, 태양이 다시 부활하는 상징적인 날이에요. 서양에서는 크리스마스가 동지와 연결돼 있기도 해요. 초기 기독교가 페르시아의 미트라교 동지 축제에서 유래해 예수님의 탄생일을 기념하는 풍습을 만들었다고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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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한이 더 춥다

소한 (小寒) – 양력 1월 5일경

소한(小寒)은 '작을 소(小)'와 '추울 한(寒)'을 합친 말로, '작은 추위'라는 뜻이에요.

 

하지만 이름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소한이 1년 중 가장 추운 시기로 여겨져요. 실제로 소한이 대한(大寒) 보다 더 추운 경우가 많아서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랍니다. 소한 무렵인 1월 5일경부터는 본격적인 한겨울 추위가 찾아오고, 특히 1월 중순에 이르러 기온이 최저를 기록하는 경우가 많아요.

 

옛 중국에서는 소한부터 대한까지 15일을 5일씩 나누어 초후(初候), 중후(中候), 말후(末候)로 구분했는데, 초 후에는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고, 중후에는 까치가 집을 짖기 시작하며, 말 후에는 꿩이 운다고 했어요. 이것은 중국의 황하 유역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만, 우리나라와는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소한과 관련된 속담으로는 "소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있어도 대한에 얼어 죽은 사람은 없다"가 있어요. 소한(小寒)이 대한(大寒)보다 더 춥다는 의미의 속담인데, 어떤 현상이나 상황에만 기대어 엄살을 부리는 사람들을 경계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대한 (大寒) – 양력 1월 20일경

대한(大寒)은 '큰 추위'라는 뜻을 가진 24 절기의 마지막 절기예요.

한자 '대(大)'는 '크다', '한(寒)'은 '추위'를 의미하죠.

 

양력으로는 1월 20일경, 음력으로는 12월에 해당하며, 태양이 황경 300도에 도달할 때 맞이하게 돼요.

 

대한은 이름 그대로 큰 추위를 예고하는 절기지만,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대한보다 소한이 더 추운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예요. 이는 중국과 우리나라의 기후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에요. 중국에서는 대한이 가장 추운 시기로 여겨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소한 무렵이 일 년 중 가장 추운 시기로 알려져 있죠. 그래서 "춥지 않은 소한 없고, 포근하지 않은 대한 없다"는 말도 전해 내려와요.

 

특히 제주도에서는 대한 후 5일에서 입춘 전 3일까지의 기간을 '신구간(新舊間)'이라고 부르며, 이사나 집수리 등을 해도 좋은 시기라고 여겨왔답니다. 이는 대한이 지나면 추위가 한풀 꺾이기 시작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집안 정리와 같은 일들을 하기에 좋은 시기로 보았기 때문이에요.


 

이렇게 입동부터 대한까지 6개의 겨울 절기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각 절기는 그 자체로 겨울의 변화를 예고하고, 우리 조상들 은 이를 기준으로 생활을 계획했죠. 겨울 절기 속에는 그저 추위뿐만 아니라, 계절의 흐름에 맞춘 지혜와 준비가 담겨 있어요. 추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따뜻한 봄이 찾아오듯, 절기를 따라가는 우리의 삶 속에도 자연의 리듬이 함께하고 있답니다. 이번 겨울, 절기의 의미를 되새기며 따뜻하게 보내세요!

 

 

<참고자료>

한국 민속의 세계5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2001)

한국민속 대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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